잠복기
박성준
애인의 전화가 오지 않은 동안에만 애인을 사랑한다
전화를 하지 않는 애인은
내가 전화를 할 때까지 모르는 애인이고,
내가 사랑하는 애인은 내게
영영 허락이 닿지 않을 연락이다
놀라운 먼 곳에게 동의를 구하다가
나는 이목구비가 분명한 애인과 유사한 고요를
떠올렸다
*
습관은 얼마나 나쁜 높이인가
예감한다는 것은 내일이 사라진다는 것은
수상한 손이 그린 풍경화
오지 않을 것에 대해 무심해진다
괜찮다고 열심히 웃는 애인의 미소가
간격마다 넘치고, 흘러내리는 램프 속
겨울 발자국의 고해를
부탁하지 않은 외로움을
누추한 두 손으로는 모두 받아 안을 수 없다
오지 않을 만큼만 함부로 황홀해지는
옷에 남은 냄새들
붙잡아 왔던 것들이 붙잡힌다
*
빈 방의 힘줄을 쥐고 전화벨이 울린다
외로움이 조금 흔들렸다
계간 『애지』 2012년 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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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시인
1986년 서울에서 출생. 2009년 《문학과 사회》를 통해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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