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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셉 로지의 대표작 <하인> by 음악사랑




조셉 로지를 논하는데 있어서 가장 대표작으로 얘기되는 작품이 <하인>이다.
BFI 선정 최고의 영국 영화 100편 중에서는 22위에 랭크되어 있다.
우리가 알 만한 작품들을 보면 1위는 캐롤 리드의 <제3의 사나이>, 2위 데이비드 린의 <밀회>, 3위 린의 <아라비아의 로렌스>, 4위 알프레드 히치콕의 <39계단>, 5위 린의 <위대한 유산>, 7위 켄 로치의 <케스>, 9위 니콜라스 뢰그의 <쳐다보지 마라>, 9위 파웰과 프레스버거의 <분홍신>, 10위 대니 보일의 <트레인스포팅>, 11위 린의 <콰이 강의 다리>, 12위 린제이 앤더슨의 <이프>, 14위 카렐 라이츠의 <토요일 밤과 일요일 아침>, 16위 마이크 호지스의 <겟 카터>, 18위 로렌스 올리비에의 <헨리 5세>, 19위 휴 허드슨의 <불의 전차>, 23위 마이크 뉴웰의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등이다.
(지난 3년 사이에 서울의 극장에서 볼 수 있었던 작품들이 꽤 많다.
제3의 사나이, 린의 작품들, 겟 카터 등이다.
니콜라스 뢰그의 영화는 4월 3일부터 영상자료원에서 상영하고 있다.
)



조셉 로지는 매카시즘의 광풍 때문에 할리우드를 떠나 영국으로 이주했다.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은 멈추지 않았다.
<하인>(The Servant, 1963년)은 귀족이 존재하는 영국 사회의 문제점, 귀족들의 위선, 부르주아 사회의 태만 등이 풍자 대상이 된다.
태어날 때부터 부유하게 태어난 덕에 아무런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계층이다.
전형적인 귀족 가문의 자제가 유능한 하인과 만나면서 새로운 관계가 형성된다.
부르주아를 대표하는 인물과 프롤레타리아를 대표하는 인물이 하나의 갇힌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서서히 변화해간다.
권력은 서서히 이전된다.
시니컬하면서도 통렬한 과정이다.
리나 베르트뮬러의 <귀부인과 승무원>이 떠오르게 된다.
(가이 리치가 연출한 <스웹트 어웨이>의 원작이다.
)




주인인 토니(제임스 폭스)와 하인인 배럿(더크 보가드)이 사는 폐쇄적인 공간. 토니는 배럿이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무기력은 더해가고 배럿은 공간 전체를 서서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나간다.
토니의 애인인 수잔(웬디 크레이그)은 배럿을 못마땅하게 여긴다.
그로 인해 자신들의 관계가 압박받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주인은 자신만의 제한된 공간에 갇힌 반면 하인은 공간을 마음대로 오가면서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사랑도 방해받는다.
게다가 배럿은 여동생이라면서 베라(사라 마일즈)를 하녀로 들인다.
무슨 의도인지 모르지만 배럿은 베라로 하여금 토니를 유혹하게 만든다.
토니는 자기도 모른 채 하인의 여자를 임대해서 성적 욕구를 해결하는 셈이다.
이처럼 영화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기존의 관계는, 귀족 사회의 폐쇄적인 관계가 하인의 등장으로 인해 허물어진다.
해롤드 핀터의 시나리오는 이런 광경에 블랙코미디적인 웃음을 더한다.




카메라 워크는 무척이나 유려하다.
움직임 하나하나가 캐릭터들의 감정을 수반한다.
정지된 카메라와 움직이는 카메라에 철저하게 의미를 부여한다.
폐쇄적인 공간, 두 사람이 사는 저택은 엄밀하게 계산된 공간이다.
엄격하게 통제된 미장센을 통해서 극적이면서도 가공된 세계로 관객들을 끌어당긴다.
벽에 걸린 초상화들은 캐릭터들을 내려다보는 듯하고, 토니와 수잔이 함께 있을 때마다 배럿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든다.
거실에 걸린 볼록거울은 얀 반 아이크의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을 연상케 한다.
볼록거울 안에 비친 존재들은 현실과 상상의 관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조셉 로지의 연출은 완벽하게 통제된 공간 속에서 세상은 완벽한 허구가 아닌가 하고 의심하게 만든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다.
토니가 집을 비웠을 때 배럿은 베라와 주인의 방에서 사랑을 나눈다.
토니가 돌아왔을 때 배럿과 베라가 주고받는 잡담은 마치 조롱하는 듯이 들린다.
주인의 방에 있던 배럿이 나왔을 때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벌거벗은 그림자만 보인다.
그 그림자마저 정확하게 토니와 수잔 사이에 끼어든다.
토니와 수잔의 사랑은 지속적으로 방해받을 것이며, 앞으로 진행될 미래를 암시하기도 한다.
주인과 하인의 관계는 역전될 것이며 그림자가 계단 위에 있듯이 배럿은 토니의 세계를 지배할 것이다.




배럿과 베라의 수다처럼 사운드 또한 효과적으로 사용된다.
토니가 베라를 범하기 직전 수도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는 과장되게 들린다.
LP 플레이어를 통해 클레오 레인의 몽롱한 노래 소리가 반복적으로 들려온다.
이런 모든 사운드들은 캐릭터들의 심리 상태를 반영하고 설명해준다.
역시 걸작이란 빛과 어두움, 미장센, 적절하게 움직이는 카메라, 정교한 사운드 등이 어우러질 때 나온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만든다.




<하인>은 영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조셉 로지의 고민이자 대답 중 하나다.
영화가 지닐 수 있는 시각적 이미지들을 풍부하게 구축하면서 시각적, 청각적 효과들을 총동원해서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렇기 때문에 <하인>처럼 영화적인 미학을 성취한 영화는 봄으로써 이해가 된다.
스틸 커트나 글로 읽는 것과 직접 보는 것은 다르다.
읽는 것과 보는 것 사이에는 결코 설명되어질 수 없는 차이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보면 알게 되고 믿게 되고 이해하게 된다.




조셉 로지와 극작가인 해롤드 핀터는 1960년대를 관통하면서 세 작품을 함께 작업했다.
<하인>은 그 중 첫 번째 작품이다.
이후 <사랑의 상처>(이번 시네마 오디세이 기간에 상영한다.
)와 <고 비트윈>을 함께 작업하면서 감독과 작가의 훌륭한 결실을 보여준다.
조셉 로지 없는 해롤드 핀터 없고, 해롤드 핀터 없는 조셉 로지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2012.03.27.Tue - 04.22.Sun/ 서울아트시네마